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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
  • 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소재의 자유로움을 차지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자연과 주변 환경으로 부터 일시적이자 영구적인 영향력 아래 놓인다. 미디엄의 형태와 질료의 획득 및 활용, 행위의 비가역성 등 제작 단계에 수반되는 절차 및 단계는 물리, 즉 자연현상이라는 거대한 법칙에 구속을 받게되고, 완성된 형태(작품)는 공간, 빛, 인간의 감각 등 작품의 존재 가치와 등가를 이루는 '보여짐이라는 행위'를 뒷받침하는 일련의 조건에 종속된다. 

    그에 반해 추상의 내적 토대를 구성하는 조형의지는 작가의 관찰과 감정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훨씬 더 사적이고 자유로운 영역이며, 비정형적이고 일관된 규범에 의해 지배를 받지 않는다. 이러한 조형 의지는 작가의 성장 환경, 문화, 국적 등 사회적 요소와 성, 신체적 특질, 기질, 취향 등 생물학적 요소간의 결합 가운데에서 발아되고 배양되는데, 이를 통해 개별성이 형성되고 특정 소재 혹은 주제와의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 

    동시대(Contemporary) 라는 시간적·공간적 정의는 유사한 사회적 요소를 경험하고 공유한다는 전제를 내포하는데,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장소에서 새로운 미술 사조가 출현하고 새로운 양식이 소멸하거나 안정화 단계에 접어듦은 이를 지지 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이론적 토대하에 동시대 한국 추상의 흐름을 신진 작가 및 비주류 작가들의 시선을 빌어 조명해 보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오택관(b. 1980)의 추상 작품은 기법상 통제된 즉흥성의 발현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정격적 페인팅 방식과 드립핑, 테이핑 방식을 혼용하며 분할된 화면의 한면 한면을 장악해 나가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특정한 사전 계획의 범주에 구애받지 않고 이미 구현된 기학학적 이미지를 좌표로 삼아  뒤따르는 이미지에 형태와 DNA를 부여한다. 최초의 연기 입자의 궤적을 따라 선형 운동을 하며 불규칙하게 퍼져나가는 담배연기의 브라운 운동처럼 하나의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를 잉태하고 그런 이미지의 패턴의 합은 최종적으로 작가가 추구했던 “통제된 즉흥성”의 결과로 남게된다. 



    장재철(b. 1973)의 캔버스 부조 작업은 일견 정밀한 산업 공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과 유사한 형태의 외형을 지니는데, 작가 자신이 직접 연마한 기술을 바탕으로 유기적 형태의 입체감을 지닌 캔버스를 가공하고 그 위에 반복적으로 도료를 도포하여 매끄러운 표면을 지닌 기하학적 형태의 결과물이 탄생한다. 대칭적인 형태의 작품은 안정감과 균형감을 줌과 동시에 운동성이 내포되었음을 암시하는듯 하기에 묘한 긴장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미세하게 빛과 반응하는 표면과 돌출된 곡선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그라데이션의 그림자는 캔버스에 확장성을 부여하고, 미적 가치 외에 무언가의 효용성이 정지되고 봉인된 듯한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최선(b. 1973)의 검은 그림(2015)은 폐유를 균질하게 캔버스 표면에 발라 완성한 작품이다. 폐유라는 비예술적 재료는 상업적인 가치가 소멸되었고, 재생의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으며, 본원적으로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으로 구성된 일종의 무(無)의 단계에 머무는 물질이다. 시각적으로 동일한 외향을 띄지만 이질적 재료를 사용하여 회화의 기법적 하부구조를 비트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숭고, 개념, 초월 등 전통적으로 색면회화에 부여된 다양한 수식적 지위들을 경계선으로 한껏 밀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추숙화(b. 1961)는 단색조의 하드에지 페인팅 기법을 활용하여 기계적인 패턴이 이입된 작품을 선보인다. 화면을 고르게 균등한 사선은 캔버스에 정격성과 함께 일종의 규율과 긴장, 단정함을 부여하는데 반복되는 큐빅 형태의 이미지는 작가가 정한 패턴에 따라 이진법의 도식으로 채워지거나 비워진 채로 남겨져 있다.  채워진 부분은 세밀하게 통제된 방식으로 덧칠이 반복됨으로써 하나의 뚜렷한 층위를 형성하는데, 돌출된 부분에 칠해진 유광 아크릴은 일관되게 단색으로 표현된 표면에 생동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빛과 반응하여 다양한 추측을 가능케 하는 이미지를 드러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황수연(b. 1981)의 작품은 일종의 '남겨진 것의 미학'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이한 물성을 지닌 물질들이 반복 적인 마찰 등을 통해 부서지거나 얇게 펴발라지고 혹은 뭉게지는 과정을 거쳐 종국적으로 발현되는 양태들, 즉 조각 및 회화 등 미술의 표현적 특성과 유사성을 가진 변형된 형태들의 구현이 핵심이다. 작가의 반복된 노동이 집약된 물질은 기본적인 물성은 지닌 채 본연의 형태가 분해되고 의도된 큰 틀 안에서 부분적인 즉흥성을 지닌 하나의 군집된 형태를 띈다. 강박적으로 두텁게 칠해진 파스텔은 행위의 흔적을 지닌 하나 하나의 색면 형태로 존재하며, 바닥에 쌓인 잔해물들과 함께 단순히 시각적 효과만이 아닌 시간의 경과, 물질의 비가역성, 계의 경계 등을 사유하게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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